저는 사주에 관심이 많습니다. 직접 공부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용어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돈을 내고 여러 번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듣는 경험과 제가 원하던 방식의 서비스를 만나는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AI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게 되면서, 제가 써보고 싶은 사주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생년월일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까

뜻밖에 오래 고민한 곳은 첫 화면이었습니다. 생년월일을 입력받고 결과를 보여주면 기본 흐름이 만들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결과 화면에 담을 내용을 생각할수록 질문이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앱에 무엇을 하러 들어올까요? 같은 사주 설명을 보더라도, 그날 궁금한 것과 풀고 싶은 고민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운세를 가볍게 확인하려는 경우와 관계 문제를 고민하며 들어오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전자는 짧은 내용을 훑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후자는 긴 설명을 읽고도 자신의 상황에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정보를 충분히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다음 대화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때 첫 화면이 맡아야 할 일도 달라집니다. 서비스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소개하는 동시에, 사용자가 지금 관심 있는 주제로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펼치면 읽을 것은 많아지지만 어디서 시작할지는 여전히 사용자가 정해야 합니다. 첫 화면에서 고민한 것은 그 시작의 부담이었습니다.

빈 채팅창 앞에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대화형 AI를 쓰면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빈 채팅창 하나만으로 고민을 쉽게 꺼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궁금한지 아직 선명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몰라 망설일 수도 있습니다. 질문할 자유와 질문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는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상담하러 갔는데 자리에 앉기도 전에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말을 듣는 상황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말할 내용이 이미 정리된 사람에게는 편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막연한 고민만 가지고 온 사람에게는 첫 문장을 만드는 일부터 부담이 됩니다. 이 비유는 아직 사용자 조사 결과가 아니라, 진입 방식을 검토하며 생각한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볍게 들어갈 수 있는 선택지를 두고, 짧은 내용을 먼저 본 뒤 자기 상황에 맞춰 대화를 이어가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사용자가 처음부터 완성된 질문을 준비하지 않아도, 읽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질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고민에서 자기 질문을 찾고, 상황에 맞는 대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나타낸 개념도.
고민 → 질문 → 대화. 첫 질문을 꺼내는 과정을 정리한 개념도입니다.도식 크게 보기

선택지는 답을 고르는 일이 아닙니다

첫 선택지를 어떤 역할로 둘지도 중요합니다. 관심 있는 주제를 고르는 것은 대화를 시작할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 하나로 사용자의 고민을 다 알았다고 전제하면 이후 대화가 좁아집니다. 같은 주제를 골라도 지금 처한 상황과 원하는 도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관계에 관한 내용을 고른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싶고, 다른 사람은 최근 대화를 돌아보고 싶을 수 있습니다. 처음 고른 범주는 같아도 이어서 나눌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 예시는 실제 이용자 사례가 아니라, 선택 이후에도 상황을 확인할 여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가정입니다.

따라서 선택지 뒤의 짧은 내용은 사용자를 하나의 결론에 고정하기보다 대화를 이어갈 발판이어야 합니다. 사용자가 내용에서 자기 상황과 맞는 부분을 찾거나, 맞지 않는 부분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질문을 조금씩 구체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석의 일관성과 대화의 흐름을 함께 보기

사주 서비스인 만큼 해석의 일관성은 기본적인 과제입니다. AI를 사용한다고 그 숙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설명의 근거를 점검하는 일과 사용자가 그 설명을 자기 고민에 연결하도록 돕는 일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두 과제 중 하나를 잘했다고 다른 하나까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설명이 매끄러우면 읽기는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질문에서 근거가 달라지거나, 앞선 설명과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읽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석의 기준이 정리되어 있어도 처음부터 낯선 용어를 한꺼번에 보여주면 대화를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일관된 설명을 어느 순간에 어느 크기로 건넬지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답변의 길이는 별도로 생각할 문제입니다. 짧게 보여준다는 이유로 필요한 맥락까지 빠지면 이해가 어렵고, 길게 설명한다는 이유로 사용자의 질문보다 큰 자리를 차지하면 흐름이 끊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 필요한 내용과 대화가 진행된 뒤 필요한 내용을 나누어 검토할 수 있습니다.

첫 질문을 꺼낼 수 있는지부터

현재 방향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사용자 반응으로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선택지를 골랐는지 자체보다 그다음 자기 상황을 말할 수 있었는지입니다. 짧은 내용을 본 뒤 질문이 생기는지, 계속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이해하는지, 처음 고른 주제를 바꾸고 싶을 때 막히지 않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첫 화면의 역할을 좁힐 수 있습니다. 기능을 많이 소개하는 화면을 만드는 것과 첫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화면을 만드는 일은 평가 기준이 다릅니다. 지금은 기능을 더 넣기 전에, 사용자가 부담 없이 첫 질문을 꺼낼 수 있는 흐름인지부터 보려 합니다.

AI로 답변을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는 답변을 건네는 순간을 더 자세히 보게 됩니다. 이번 기획에서 오래 남은 질문도 그것입니다. 어떤 설명을 만들 것인가와 함께, 사용자가 그 설명을 자기 이야기로 이어갈 수 있는 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